부제 : 밴티지 포인트 가꾸는 ‘인터랙티브 스토링텔러’
대제 : 설은아 포스트비쥬얼 대표

<전문>
지난 2008년 서울 명동에 위치한 모 스포츠 매장 윈도 앞. 대형 화면 앞의 손모양 스크린에 방문객이 손을 대자 열심히 훈련하던 김연아가 어느 새 눈앞까지 다가와 함께 손바닥을 대며 “제 열정이 느껴지세요?”라고 말한다. 지난 2008년 설은아닷컴(seoleuna.com)과 포스트비주얼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묘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인터랙션, 그리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디자인 하나만으로 유저와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설은아 대표를 밤늦도록 젊음의 열기가 끊이지 않는 홍대에 위치한 그의 회사에서 만났다. 마침 설 대표는 연이은 PT 회의로 밤늦도록 분주한 모습이었다.

 

글 김관식 편집장 seoulpol@websmedia.co.kr

 

Who is she?
설은아 대표는 전 세계인들과 호흡하는 웰 메이드를 지향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지난 1999년 이정원 공동대표와 포스트비쥬얼을 설립했으며, 현재 이지희 전 웰콤 부사장의 합류로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설 대표는 국내 웹 디자인 분야에서 내로라할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바쁘시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설은아’식 웹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사실 디지털이라는 말이 우리 시대에 슈퍼스타처럼 회자되지만, 너무 많이 활용되고 확장돼 정작 그 본질이 무엇인지 모호한 형국이에요. 중요한 건 디지털 시대에 맞는 화법으로 유저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죠. 디지털은 곧 패러다임이고, 패러다임은 같은 시대의 의식체계를 의미하니까요. 디지털이 가진 속성을 기본으로 한 사고도 꾸준히 변하기 때문에 그에 걸 맞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나와야 해요. 기존에는 막연히 공급자 중심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너의 말뿐이지, 우리의 말이 아니거든요. 만약 이것이 광고라면 더더욱 믿지 않겠죠. 분야가 무엇이 됐든 기본적으로 웹 사이트는 유저와 소통할 수 있는 근간이 돼야 합니다. 리얼하고 솔직담백한 디자인을 구성해야 해요. 내용을 과장하거나 부풀릴 필요도 없어요. 그런 브랜드는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요. 유저는 똑똑합니다. 이제는 이용자 중심의 화법으로 사이트를 전개해야 합니다. 포스트비쥬얼이 내세우는 개념도 이와 같지요.

 

-디지털이 주는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디지털, 나아가 인터넷이 주는 매력이 바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젠 기존의 메시지 전달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죠. 인터넷은 이제 누군가 A를 보냈다면 B를 받아야 완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인터랙티브는 당연하고요. 한 가지 재미있는 게 사람들의 행동 패턴도 변화하고 있어요. ‘너의 말을 받아들일게’가 아닌, ‘네가 얘기했다면 내 얘기도 들어볼래?’라는 것이죠. 각각의 개인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그런 커뮤니케이션 화법으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저를 포함한 포스트비쥬얼의 디지털 마인드이기도 하죠.

 

-요즘 웹 사이트를 보면 비주얼 테크닉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디자인의 개념도 점차 바뀌고 있어요. 아무래도 보다 예쁘고 신기술을 적용한 웹 사이트, 혹은 웹 디자인이 당장 시선을 끌 수 있지만 그것만이 디자인의 전부가 아니에요. 디자인도 이제 유저와 대화를 나눌 줄 알아야 해요. 정리하자면 디지털 시대의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는 툴이 돼야 합니다. 웹 디자인을 보여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웹 사이트에는 이미지도, 카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하고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인지하고 출발해야 해요. 상대가 이렇게 반응했을 때 난 무슨 얘기를 하고, 다른 말을 하면 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예상해야 합니다. 또 스토리가 명확해야 해요. 디자인을 한 번에 튜닝작업을 거쳤을 때도 처음 생각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는지 꾸준히 살펴야 합니다.

 

-전문화로 인한 협업도 중요할 듯합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전문화에 따른 협업은 당연합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이너를 판단할 때 무조건 예쁘게 그리는 것이 아닌, 더 새롭고 설득력 있는 인터랙티브로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 예전의 디자인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죠. 전 디자이너들에게 처음 디자인 단계 시 우리가 유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유저가 매력적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해 고민하라고 합니다. 자신이 유저에게 제대로 말을 걸고 있는지, 텍스트가 잘 반응하고 있는지, 그냥 보여주고 마는 데 그칠 것인지, 소통하고 있는 것인지 항상 고민해야 하죠. 웹 기획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모두 자신만의 전문분야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하나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PT 때문에 한창 바쁘실 텐데 특히 광고주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요?
앞서 말씀드린 모든 걸 강조하고 있어요. 보통 광고주와 얘기 나눌 때는 디지털시대의 화법이 주요 내용이에요. 가령 ‘당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할 때 그 얘기를 당신 입장에서 쏟아놓으면 아무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용자 중심으로 말해야 한다’는 식이죠. 요즘 광고주들도 이 점에 대해선 모두 인지하는 편이예요. 또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이러한 개념이 뒷받침 되고 있어요. 인식의 전환이 더 빨라진 셈인데, 과거에는 온오프라인 비중이 3 대 7이었다면 이제는 그 비중이 서서히 뒤바뀌는 타이밍 같아요. 때문에 아직 온라인 쪽의 성공사례는 많지 않았다는 것보다 시도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네요. 그래서 저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새로운 트렌드와 습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지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아직 갈 길이 멀죠(웃음). 사실 저는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큰 디지털 바다로 뛰어들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의미 있는 길이라 생각한답니다.

 

-입사한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의 회사가 갖고 있는 최대 장점은 아마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일 겁니다. 전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직원들에게 늘 밴티지 포인트를 찾으라고 강조합니다. 모두들 제 후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시대의 흐름을 잘 탈 수 있는 곳을 늘 찾아서 스스로를 발전시키라”고 강조해요. 만약 우리 직원이 기회가 돼 구글이나 애플로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 기분 좋게 보낼 생각도 있고요. 구글이나 애플이 가장 좋은 것이 바로 밴티지 포인트가 있다는 점이잖아요. 하지만 저도 자신 있어요. 아무도 이 길로 가면 성공할 수 있다고 선뜻 보장해주는 이는 없지만 분명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스스로 증명하는 일, 얼마나 매력 있어요? 또 저는 각자가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잔소리도 많이 하고요. 지난해 포브스 기사를 보니 기존의 약 80%가 머잖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더군요. 이제 오직 나 하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합니다.

 

-대표님이 이 길을 걷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궁금한데요?(웃음)
(같이 웃으며)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요. 음…. 그래도 이 길을 걷고 있었을 겁니다. 이 일이 마냥 좋고요. 우연처럼 다가섰지만 지금 보니 운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일을 하고 있었겠죠.

 

-원래 전공이 ‘한국사학’이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때는 사학과를 정말 가고 싶었다기보다 솔직히 대학에 진학하려는 욕심이 더 앞섰어요. 왜 그렇잖아요. 고교 땐 대학진학이 우선이었던 시기요. 역사를 좋아하긴 했지만 공부엔 관심이 없었어요. 그렇게 대학 1~2년이 지나니 문뜩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갈망하기 시작했어요. 절실해지더군요. 그러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또 그림보다 디자인을 하고 싶었던 것 같네요. 고민하고 말고가 없었죠. 디자인이야 말로 쿨하고 애너지틱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루 만에 결정하고 바로 미술학원들 다니면서 재수를 결심했어요. 당시 제겐 당연한 선택이었죠.(설은아 대표는 이후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로 재입학 했다)

 

-지난 4월, 이지희 전 웰콤 부사장이 합류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상당히 이례가 적은 일이에요. 저희가 비록 디지털 광고회사를 지향하긴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디지털 세대를 어떻게 하면 매료시킬 수 있는지 많은 경험이 있거든요. 대신 기술적인 부분은 철저히 숨어있어야 합니다. 처음 저희 회사는 웹 사이트 제작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사람과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법으로 가다보니 온라인 광고까지 온 거죠. 웹 사이트도 광고도 마찬가지지만 결국은 어떤 설득력으로 상대를 매료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나아가 소비자, 즉 유저들의 생각이 궁금해지고 그들이 겪는 새로운 경험의 깊이를 갈망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이지희 전 부사장님을 만났습니다. 그 분도 온라인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계셨고, 늘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살아있는 광고를 생각하셨던 거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지금 즐겁게 일하고 계세요(웃음).

 

-대표님을 수식하는 단어가 많더라고요. 하나만 골라주시죠.
제 초창기 말씀을 잠깐 드려도 될까요?. 처음에 웹 아티스트로 시작하다가 보다 대중을 만나고 싶어서 회사를 차리고 디자이너 업무를 맡았어요. 하다보니 처음엔 기획, 코딩 등 전부를 하다가 아트 디렉팅으로 옮겨졌어요. 이후 당시 느렸던 랜선으로 인한 스틸 개념이 컸죠. 랜선이 빨라지니 모션 그래픽을 하게 됐고 동시에 인터랙션도 시도했어요. 어느 날 내 자신이 웹 사이트의 전반적인 콘셉트를 잡고, 기획과 전략을 세우고, 광고주를 분석하고 있길래 아트 디렉터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돼버렸죠. 최근 경향을 보니 캠페인 디렉터라고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인터랙티브 스토링텔러라는 말이 더 좋아요. 제가 유일하게 더 잘할 수 있고, 또 궁극적으로 내세우는 웹 디자인 기치이기도 하고요. 저만의 스페셜리스트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아닐까요?

 

-지금 이 기사를 보며 웹 디자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얼굴 보며 일대일로 말 하듯)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멋진 씨앗을 가진 사람이야. 매일 네가 생각하는 너보다 더 멋진 전망을 세우고 더 멋진 너를 완성해봐. 세상의 관성에 맞춰 사는 게 아니라 매번 너를 시험도 해보고. 나도 처음에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했어. 일은 한 번 잘하면 더 잘해야 하지만 우린 사람이잖아. 실수할 수도 있어. 네 씨앗이 어느 정도의 씨앗이었는지 확인해봐. 잘 해도 좋고, 못 해도 좋아. 시도하지 않는 게 실패하는 것보다 더 나빠. 실패가 더 남는 거야. 밑져야 본전이야.


 

epilogue 

사실 설은아 대표와의 만남이 있기까지 3번의 날짜변경이 있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기업의 사활이 걸려있는 PT 때문.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한 그녀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Posted by duki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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